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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료 첨가 항생제 금지 이후, 돼지 설사 유래 대장균은 어떻게 변했을까?
축산업에서 항생제는 오랜 기간 동안 질병 예방과 성장 촉진을 위한 필수 도구로 여겨졌습니다. 특히 돼지와 같은 가축은 집단 사육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사료에 항생제를 첨가해 세균성 질환을 사전에 막는 방식이 널리 사용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항생제의 과도한 사용은 곧 항생제 내성균의 출현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낳았고, 이에 따라 우리나라를 포함한 여러 나라에서는 사료 첨가 항생제 금지 정책을 도입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정책 변화는 돼지에게 발생하는 대표적인 질환 중 하나인 설사증과 이를 유발하는 **대장균(Escherichia coli)**의 생태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 글에서는 사료 첨가 항생제 금지 전후로 돼지 설사증 유래 대장균의 병원성 인자와 항생제 내성 유전자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항생제 금지의 의미: 축산 질병 관리의 전환점
2011년부터 우리나라를 포함한 다수의 국가에서는 성장촉진용 사료첨가 항생제의 사용을 전면 금지했습니다. 이는 동물성 식품 내 항생제 잔류를 줄이고, 인체와 동물의 항생제 내성을 동시에 관리하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하지만 항생제 금지는 단순히 사용을 줄이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가축의 면역력, 사육 환경 위생, 질병 관리체계 등 축산 전반에 걸친 재정비가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질환이 바로 돼지의 설사증이며, 그 중심에는 병원성 대장균이 있습니다.
설사 유발 대장균의 병원성 인자, 어떻게 달라졌나?
돼지 설사증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균 중 하나는 **병원성 대장균(Pathogenic E. coli)**입니다. 이 대장균은 다양한 **병원성 인자(virulence factors)**를 가지고 있으며, 이 인자들은 장내에서 독소를 분비하거나, 장점막에 부착해 염증을 유발함으로써 설사를 유도합니다.
대표적인 병원성 인자는 다음과 같습니다:
- LT (열 안정성 독소)
- STa, STb (열 불안정성 독소)
- F4, F18 (섬모 접착 인자)
- eae (장세포 부착 유전자)
항생제 금지 전에는 성장촉진 목적의 항생제 사용으로 인해 일부 균주가 억제되거나 다양성이 제한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금지 이후에는 이러한 억제력이 줄어들면서, 다양한 병원성 인자를 가진 대장균들이 등장하고, 감염 빈도도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특히, **ETEC(장독소생성 대장균)**과 **EPEC(장병원성 대장균)**의 검출률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어린 돼지에서 심각한 탈수와 사망률을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항생제 내성 유전자, 금지 이후 정말 줄었을까?
사료 첨가 항생제를 금지하면 자연스럽게 항생제 내성률이 낮아질 것이라 기대되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실제로는 항생제 내성 유전자의 출현 양상이 오히려 다양해지거나 특정 항생제에 대한 고도 내성균이 등장하는 경향이 관찰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내성 유전자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 tetA, tetB (테트라사이클린 내성)
- blaTEM, blaSHV (β-lactam 내성)
- sul1, sul2 (설폰아마이드 내성)
- aadA, strA (아미노글리코사이드 내성)
한 연구에서는 항생제 금지 이후에도 테트라사이클린이나 스트렙토마이신 등에 대한 내성 유전자가 여전히 높은 검출률을 보이며, 이는 기존에 형성된 내성 유전자가 환경 내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또한, 사료 첨가 대신 치료 목적의 주사제나 경구제 형태로 항생제가 사용되면서, 특정 약물에 집중된 내성도 함께 증가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긍정과 부정 사이: 항생제 금지의 효과와 한계
✅ 긍정적인 변화
- 항생제 남용을 줄여 인체 건강 위협 감소
- 항생제 내성균 확산을 억제할 수 있는 계기 마련
- 소비자 인식 개선 및 국제 수출 조건 충족
❌ 부정적인 영향
- 질병 발생률 증가로 인한 생산성 저하
- 농가의 관리 비용 증가 및 경제적 부담
- 항생제를 대체할 예방 조치의 부족
대안은 무엇인가? – 축산업의 다음 전략
- 백신 개발 확대: 특정 병원성 인자에 특이적인 백신을 개발해 질병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습니다.
- 프로바이오틱스 및 유산균제 활용: 장내 균총을 건강하게 유지해 병원성 대장균의 부착을 막는 데 효과적입니다.
- 사육 환경 개선: 위생관리와 밀집 사육 완화를 통해 질병 발생을 줄일 수 있습니다.
- 정밀 항생제 사용 정책 도입: 내성 유전자 분석을 기반으로 한 타깃 치료 방식이 필요합니다.
결론: 항생제 내성과 병원성 인자, 균형 있는 대응이 필요하다
사료 첨가 항생제의 금지는 단순히 ‘사용하지 않는다’는 차원을 넘어, 축산업 전반의 구조와 인식을 바꾸는 큰 변화입니다. 특히 돼지 설사증처럼 흔하지만 위협적인 질병에 있어, 대장균의 병원성 인자와 내성 유전자의 변화는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연구가 필요합니다.
앞으로는 단기적인 해결보다는 지속 가능한 가축 건강관리 전략을 통해, 사람과 동물 모두가 건강한 환경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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